Note/IT  |  2005/02/06 18:49
이번 주 신문 경제면을 봤다면 누구나 알 것이다. IBM이 퍼스널 컴퓨터 사업부를 중국 회사 Lenovo에 넘겼다. 이렇게까지 되다니! IBM이 당시 Entry Systems Division에서 파워도 별 볼일 없고, 가격마저 높았지만 환상적으로 성공을 거둔 IBM Personal Computer를 소개했을 때, 중국은 미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조차 못 됐었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러 변화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그런데 이번 인수 건에 대한 모든 분석 글들이 뭔가 천박하고 뭔가 오도(誤導)되고 있다는 느낌 들지 않으시는지? 사실 이번 계약에는 뭔가가 더 있다.

간단 버전 (그리고 대부분의 신문에서 유일하게 가르쳐 준 것) -- IBM은 그동안 PC 분야에서 이윤을 많이 내지 못해왔기 때문에, 수지를 맞추는 간단한 방법으로, 좀 더 이윤을 늘릴 수 있는 곳에 자본을 이동시켰다. 글쎄.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실로 PC는 이제 범용 제품화 되었고, IBM이 1980년대 후반 이래 이렇다할 수익을 올리지 못해온 것도 사실이지만, 겨우 마진 늘리기나 연금 채무 깎기가지고 사업부를 넘겼을까?

한 가지, 가격 면을 보도록 하자. 지금 IBM의 채무가 (18)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큰 돈이긴 하다. 하지만 기억해 보시라. IBM은 지난해 92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회사다. IBM 입장에서 그렇게 큰 돈은 아니다. 매출량 20% 정도라면 분명 낮은 부채이다. 설사 이윤이 박(薄)하더라도 말이다. 아무도 의심을 가져 보지 않은 진짜 문제는 이것이다. "휼렛팩커드의 칼리 피오리나라면 IBM에게 얼마를 냈을까?"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다. 위에 등장한 칼리는 컴팩 컴퓨터 인수에 250억 달러를 지불하였다. 칼리가 샀더라면 모르긴 몰라도 Lenovo가 내놓은 가격보다 두 세배는 냈을 것이다. 칼리로서도 델을 앞지르고 세계 제일의 퍼스널 컴퓨터 회사가 될 기회 아니었겠는가. 그것도 세계 제일의 (모든)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와 나란히 서면서 말이다.

OK, 그렇다면 IBM으로서는 HP가 거대 경쟁자로서 등장하는 사태를 바라지 않았다는 말이렷다. 그렇다면 왜 NEC와 같은 일본 회사에게 팔지 않았을까? NEC 역시 Packard Bell 인수에 (18)억 달러를 낸 회사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저달러 고옌 시대에 일본에서는 기업대출 비용이 거의 제로다. 도대체 왜 일본 회사에게 팔진 않았을까? 아니, 유럽 회사는 어떤가? 다른 미국 회사들도 있잖았는가? Gateway도 Lenovo가 IBM에게 내는 돈 이상을 e-Machine 인수에 쏟아 넣었었다. Ted Waitt라면 IBM 브랜드를 주겠다는데 정색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랬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구매자가 중국 최대의 PC 제조업체인 Lenovo인가로 모아진다. IBM의 퍼스널 컴퓨터 사업부는 실로 이윤을 내지 못했고 언젠가는 조치를 취해야 했었다. 그러나 Sam Palmisano는 중국 회사를 원했고, 훨씬 더 돈을 주겠다는 다른 회사들을 제쳐두었다.

IBM으로서는 두통거리를 하나 없앴는데, 그와 동시에 세계 최대의 IT 시장으로 등극할 중국 시장에 대한 독특한 접근권을 따냈다. 바로 이것이다. 미국이 문제가 아니다. 중국 때문이었다.

중국에서 사업하려면 언제나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그냥 IBM 중국 지사 하나 만들어서 팔면 되는 일이 아니다. 중국내 파트너 기업을 찾은 다음 시장에 같이 들어가야 한다. 현재 IBM의 파트너는 중국에서 제일 거대한 악당, Lenovo이다. 파트너로서 좋은 상대다. IBM에게는 중국 파트너가 생겼을 뿐 아니라, 이번 계약 결과로 인해 IBM은 Lenovo의 거대 주주가 되기도 하였다. 필자가 일기로도 참 독특한 현상이다. 중국-미국의 기업간 협력은 결코 쉬운 화합이기 어렵지만, 이번 계약에서 결정자는 실질적으로 IBM이었다. 이번 계약으로 Lenovo는 본사를 미국으로 옮겨야 하며 미국인 CEO와 함께 일만 명의 미국인 직원을 고용해야 한다. 이 직원들이세계적인 기업으로 운영하도록 Lenovo를 변화시키게 된다.

보통 미국-중국 기업 협력이 어떻던가? 최고 경영자들이 회의 한 번 가지려면 우선 스무 시간 비행기를 타야 한다. 하지만 이제부터 IBM과 Lenovo의 최고 경영진은 Denny's에서 같이 점심을 들면서 만날 수 있다. IBM에게는 더이상 좋을 수가 없다. 이번 파트너쉽으로 IBM은 중국내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 더 깊숙이 진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중국의 모든 IT 분야에서 1~2등을 다툴 수 있게 되었다.

빅블루가 기뻐서 춤추는 이유를 이제 아시겠는가?

But wait, there's more!

IBM은 앞으로도 PC 제품 디자인을 하게 되며, 이 제품들은 향후 5 년간 IBM 브랜드를 달고 시장에 공급된다. 또한 IBM은 이들 미래 제품들에 대해 주요 자금줄이 될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IBM과 인텔의 결혼 생활이 파탄났다는 이야기다. 물론 인텔(아니면 아마도 AMD) 프로세서를 탑재한 컴퓨터를 앞으로도 계속 팔게 될테지만,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라. 이제 IBM은 아무 탈 없이 PowerPC와 Power5 프로세서로 경쟁에 나서게 될 것이다.

Palmisano의 업적은 분명하다. 이제 그는 완전히 다른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IBM이 실제로 돈을 버는 서버 시장이다. 앞으로도 IBM은 경쟁을 압도해 나갈 것이다.

IBM의 PowerPC 투자가 드디어 인상적인 결과를 내기 시작하였다. 11월 9일에 나온 IBM 언론발표문, P5-575 "수퍼 컴퓨터"를 보라. IBM이 이제 상대적으로 작은 블래이드 센터 샤시에 프로세서 클러스터를 별 탈 없이 넣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칩 제조 혁명도 생각해 보라. 실리콘 온 사파이어(sapphire), 구리, 이제는 제라늄까지 등장하였다. IBM에게는 이 분야에서도 강력한 기술 우위가 있다. 셀 프로세서는 닌텐도와 소니, 그리고 IBM 자신의 웍스테이션에서 쓰이게 된다. 이제는 인텔과 완전히 상관 없이 매우 흥미로운 로드맵을 볼 수 있다.

반도체 제조업체로서 IBM은 앞으로도 상당히 강력한 컴퓨터를 만들고 하이엔드 컴퓨터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장에서, IBM은 비용 절감 우위도 갖게 된다. 이번 Lenovo 계약덕분에 이제 IBM으로서는 로우-엔드 시장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앞으로는 HP와 썬, 그리고 MIPS 당 달러 경쟁에만 임할 수 있다. PC 세계의 마진이 이제는 거의 없기 때문에 IBM은 더욱 더 이윤을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이-엔드 시장은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PC 시장에서도, IBM은 갑자기 PowerPC 칩을 HP나 델한테, 인텔처럼 팔아치울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사태까지 일어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PowerPC 버전의 윈도우즈를 갑자기 내놓아야할테니 말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더 괴상한 일도 있었지, 아마?

이번 계약의 승자는 IBM과 Lenovo, AMD, 그리고 델이다. Lenovo는 시장 점유율을 일순간에 두 배로 늘렸고, AMD는 인텔의 기반을 조금 더 차지할 것이며, 진정한 PC 시장 리더로서 델은 낮은 포복으로 HP에 좀 더 타격을 입힐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도 저가 공세에 의존하여 HP에 더 타격을 입힐 것이다.

이번 계약의 패자는 HP와, Intel, 그리고 썬이다. 특히 썬이 패배하였다. 썬 사람들 정말 문제 있다.

1차 출처 : http://www.pbs.org/cringely/pulpit/pulpit20041209.html
2차 출처 : 위민복님
3차 출처 : IBMMANIA 사과나무님
2005/02/06 18:49 2005/02/06 18:49
Trackback Address : http://metalpen.net/blog/trackback/170

  :  Name

  :  Password

  :  Homepage


    SECRET

<< PREV    1  ...  390   391   392   393   394   395   396   397   398  ...  518    NEXT >>
Skin designed by 超.